헬스장 창문 너머 옆건물에는 요양병원이 있다.
창문으로 침상에 앉아 계시는 할머니 두 분이 보인다.
두 분 모두 벽에 걸려있는 TV를 보고 계시는 듯하다.
운동을 좀 하다 창문을 다시 보니
한 분은 졸고 계시고
다른 분은 계속 TV를 보고 계신다.

문득 부모님 미래 모습이 그분들 상황과 비슷하게 그려진다.
"난 부모님 요양병원에 보내지 말아야지.
근데 내가 없을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부모님도 언젠간 요양병원에 가시게 될거 같다.
"그렇담 매주 주말마다 찾아가서 외롭지 않게 해드려야지.."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간의 삶이란 너무 보잘것 없어보인다
공수레공수거
사는게 항상 힘들고 불만족스러웠지만
인생의 마지막을 기다리는 모습에서
나의 고뇌, 욕망 등은 무의미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원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고
세속의 삶이 가끔 주는 꿀은 너무나도 달콤하다.

누군가 그런다
살아있으니까 대충 사는거라고
나도 안다. 여태껏 아무생각없이 그냥 살아왔다.
나이가 먹어서일까?
자꾸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된다.

보잘것없는 별의미없는 인간의 삶이지만
재미있게 즐겁게 지내다가 가고싶다.
근데 문제는 내가 놀 줄을 모른다...
뭐하면서 놀아야 재밌는지 즐거운질 모른다.
내가 생각해도 무미건조하게 살긴 했다.

오늘 헬스장을 가면서 저 멀리 북한산과 맑은 하늘을 보며
"아 행복하다"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나왔다
좀 어이없다.
내 입에서 행복이라니ㅋㅋ
신기하면서도 참 나도 별거없더라.

갑자기 저번에 홍대 사주카페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나네.
나보고 오래된 영혼이라했다ㅋㅋ
환생을 이미 많이 한 영혼이라
전생에 이미 할거 다해봤기 때문에
삶에 별 미련이 없다고 했다.
아마 이 생이 끝나면
오랫동안 다시 인간세상에 내려오지 않을거라고...
뭔가 나랑 너무 잘 맞는 얘기였다.
사주로 본 내용이 맞을까 의심스럽지만ㅎㅎ
ㅋㅋ 사주... 이래서 못 끊지. 후후

난 내 주변친구들에게 하는 얘기가 있다.
난 죽으면 저승사자가 될거라고
저승의 공무원이 되어서
인간이든 동물이든 환생하지 않고
저승에서 내가 원하는거 맘껏 해야지ㅋㅋ

이상 독실한? 가톨릭 신자의 신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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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백수가 되었다.

첫 3개월간 스트레스도 받고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며 자존감이 낮아지며 힘든 시기를 보냈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랄까?

취직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으니

백수의 생활을 매우 매우 잘 보내고 있다.

일어나고 싶을때 일어나고...

몸 찌뿌등하면 헬스장 가고

드라마에 빠져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게임도 하고 등등

지금은 오히려 취업을 좀 늦게 하거나... 좀 쉬다가 새로운 일을 준비해볼까 생각을 하는 중이다.

 

삶이란 참 웃기다

마음가짐 하나 바뀌었을 뿐인데

지옥에서 천국으로 변하다니

 

백수는 시간이 정말정말정말 많다.

드라마를 아무리 봐도 시간이 남는다.

요즘 난 그 남는 시간에 나는 블로그에 있는 사주 관련된 글을 읽고 있다.

 

곧 있으면 입춘(立春)이다.

역학에서는 입춘부터 새로운 1년이 시작된다고 한다.

곧 갑진(甲辰)년이 시작이 된다.

청룡의 해... 갑진년

 

물론 나도 신년운세를 보긴 했다.

내 사주는 금수(金水)가 강한 사주고 목(木)을 용신으로 사용하는 사주라

강한 목이 들어오는 갑진년은 긍정적이다.

신자진 수국은 나에게 도충으로 오화를 불러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나는 일반격이 아니라 외격이기에...

2024년 갑진년은 나에게 매우 유리한 해이다.

재물적으로도 직업적으로도...

그렇다면 나는 2024년에 돈을 많이 벌고 누구나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게 될까?

정답은 "yes or no"이다.

그럴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사주팔자에 대해서 생각의 차이가 발생한다.

사주팔자는 단순히 운을 보는 것이다.

이벤트나 사건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유리한지 불리한지 가능성만 보여주는 것이다.

이벤트나 사건을 맞히려면 신점을 보러가는게 맞다.

 

오늘 어떤 사주 블로그 글에서 이런 비유가 있었다.

"호랑이가 찾아와서 올해는 노루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님이라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ㅋㅋ

 

간단한 생각의 변화로 삶이 천국과 지옥을 넘나드는 것처럼

행복과 불행은 종이 한장 차이가 아닐까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갑진년의 기운이 조금씩 들어와서 그런가

취업을 꼭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들고 있다.

그냥 간단한 알바하면서 새로운 길을 준비할 수도 있고

가끔 지원서 한두개씩 넣으면서 어쩌다가 하나 얻어 걸릴 수도 있고 ㅎㅎ

 

대기업에 가서 느낀건 돈과 복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중견기업에서 느낀건 연봉이 적어도 좋은 사람들과 일하는게 너무너무 즐겁다는 것을 느꼈다.

다음은 어떤걸 경험하게 될까?

 

나는 역학 글이 왜 재밌을까?

나는 내가 보지 못한 시각을 깨닫고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너무 즐겁다.

 

예를 들어, 사주에는 충(沖)이라는 개념이 있다.

충은 충돌할때 충이 아니다.

용어로 대대라고 한다. (반대x, 마주 대하다o)

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너가 있으면 내가 있는 것처럼

남자가 있으면 여자가 있는 것처럼

여당이 있으면 야당이 있는 것처럼

천간의 합 = 지지의 충 <오운육기(五運六氣)>

점성술에서 말하면 어포지션을 말하는 것이다.

 

점성술에서 1하우스는 나를 뜻한다.

그리고 어포지션 7하우스는 너를 뜻한다.

7하우스는 결혼, 배우자를 뜻한다.

즉, 나와 배우자는 짝이기도 하면서 서로 마주 대하는 어포지션을 말하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나요?

사주와 점성술에서 말하는 대대라는게?

 

그리고 충이라는건 1대 1관계에서만 된다.

균형이 맞아야 산출물이 나온다.

이자불충오(二子不沖午)

자수가 2개이면 오화와 충이 안된다라는 말이다.

충이 성립이 되지 않아서 자오충 소음군화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건 쟁충(爭沖)이라고 하는데 좋은건 아니다 ㅎㅎ

 

사주가 좋든 좋지 않든 운을 좋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쉽게 말해 개운법!!!

그건 바로 사람이다.

나에게 필요한 글자를 가진 사람을 만나면 좋지 않은 운을 피할 수 있고

반대로 나를 더 힘들게 만드는 글자를 가진 사람은 운을 더 좋지 않게 만든다.

이러니 어떻게 단순히 사주팔자만을 가지고 그 사람의 인생에 대해서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

그래서 결국 돌고 돌아 인생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고사성어를 알지 않은가?

변방의 노인의 말이 도망갔지만, 야생마들을 이끌고 돌아왔고

노인의 아들이 야생마를 타다가 떨어져 절름발이가 되었지만,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좋은 일이 나쁜 일이 되기도 하고

나쁜 일이 좋은 일이 되기도 한다.

 

삶이란 결코 예측할 수 없다

그걸 예측하고 맞히는건 그건 신이지 인간이 아니지..

 

그래도 나처럼 간절히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땐... 그냥 기도를 해라.

하느님이든 부처님이든 길거리 굴러다니는 돌에 하든

간절히 정말 간절히 기도를 해라.

간절함이 하늘에 닿으면 이뤄질지도 모르니 ㅎㅎ

 

모두들 새해에 복 많이 받고 원하는 일 모두 이뤄지길~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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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신(神)

 

지난 2년은 나에게 사건사고가 많은 해였다.

2020년과 2021년...

경자년과 기축년...

안그래도 가뜩이나 차가운 사주에

경자와 기축이란 세운은 내 사주를 더욱 차갑게 만든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무섭고 힘든 나날이었다.

 

삶이 힘들다보면 결국 운명학에서 답을 찾곤 한다

내 사주가 극단적으로 차가워서

내 차트의 토성과 화성이 주요 지표성을 건드려서

등등

어떤 일이 안풀릴때 사주나 차트를 펴보면

항상 답이 나온다

하지만 바꿀 수 없는 답이다.

나무위키 - 음양오행설

불교에 귀의하고자 하는 친구는 나에게 말한다

전생의 업보로 받게 된 팔자라고...

그래, 내가 전생에 많은 죄를 지었나보다.

 

그 친구는 업보를 해소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준다.

하루에 두시간씩 기도하고 주말에는 4시간...

너의 신한테 도움을 요청하라고

니가 지금 하고 있는 하루 20분 정도의 기도는

20분 정도의 값어치밖에 없는 기도라고..

매일 100일 동안 간절히 몇시간씩 기도하면

너의 업보가 많이 해소되고 너가 원하는게 이뤄질거라고..

 

정말 그럴까?

논리적이고 설득력있는 얘기였다

현생의 운명은 내 전생의 업보로 인해 만들어지고

현생의 운명을 조금이라도 변화시키고 싶으면

너보다 더 영력이 쎈 신에게 간절히 기도해서

업보로 인해 막혀있는 너의 소망을 이뤄지게 만들라는 것이었다.

 

기도하기 싫다고?

그럼 넌 간절히 원하지 않는거야

너의 간절함은 그정도가 끝이라는 거야

화생방 들어가봣지?

벽을 부수고 나오고 싶을 정도의 간절함이 넌 없는거야

그만큼 니가 간절히 원한다면

넌 100일 2시간 기도를 할거야.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가슴에는 와닿지가 않았다

그럼 내가 그만큼 간절히 원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라고 스스로에게 되물으면

그렇지 않다..

아니 나는 내 삶을 운명을 바꾸고 싶다

그걸 위해 내년에는 개명을 할 것이다

근데 그건 쉬운 길이잖아

정말로 업보를 해소하고 싶으면

그만큼 정성을 들여야

신도 너의 정성을 보고 그만큼 너의 업보를 해소해주겠지.

 

근데 난 직장인이야.

일하고 와서 자기전에 2시간이나 기도하라고?

주말에는 4시간?

일하고 나면 몸에 힘이 없어

퇴근하고 하는건 손가락만 움직여도 되는 게임이야

"그럼 넌 간절함이 없는거야."

 

그럼 다른 방법을 알려주지

일하면서 속으로 계속 기도해

일하면서 딴 생각할 수 있잖아

만약 중간에 끊기면 다시 해야해

아니, 못해...

일하면서 약먹는 것도 까먹는데

일에 집중해야하는데

어떻게 딴생각을 할 수 있어?

 

그래 알았어,

그럼 딱 두달만 하루 한시간씩 기도해봐

그렇게 해도 안되면

내가 주술해줄께

...

이미 내 마음은 갈갈이 찢어졌다

내가 그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해?

만약 그렇게 해서 소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럼 넌 신에게 믿음이 없는거지"

 

내가 핑계를 너무 많이 대는걸까

자유의지로 운명을 바꾸는게 쉽진 않다고 들었다

나는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닌가보다

나는 간절함이 없나보다.

 

나는 간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노오력을 안하니 간절함이 없는거다

난 신을 믿지만

너의 믿음은 그정도뿐이다.

 

결론은

삶을 바꾸려면 결국 노력을 해야하고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전생의 업보로 이루어진 팔자대로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너는 그것을 믿니?

아니 안믿어

믿고 싶지도 않아.

 

그건 너의 논리고 너의 세계고 너의 신이야

나의 논리, 나의 세계, 나의 신은

그렇게 빡세게 하지 않아도

문을 두드리기만 해도 열어줄거야

이름만 부르기만 해도 나를 위해 와줄거야.

 

그게 바로 내가 믿는 나의 주님이야

To be continued.........

 

 

Made by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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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라리턴



얼마전 생일이 지나서

생일기념으로 친구가 점성술로 1년 운세를 봐주었다.


점성술에서는 1년 운세가 바뀌는 때가 바로 생일이다.

생일이 지나면서 프로펙션과 솔라리턴이 바뀌기 때문이다.



먼저 2018년을 되돌아보자면

참 되는 일이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 했으며

정말 말도 안되는 것들에도 손을 담가도 보고 시도해보면서

소득도 없고 성과도 없었다.

1년이 텅 비어버린 것만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빡세게 알바라도 하면서 돈을 모아

여행이라도 갈껄이라는 후회가 남는다.


문제는 2018년보다 2019년이 더 안좋아보인다는 것이다.


뭐 친구는 조금.... 긍정적으로 얘기해주지만

친구 옆에서 점성학 이야기를 들은지 어언 3년째...

그동안 나도 궁금해서 몇몇 카페에도 가입하고 블로그 글도 자주 봤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상세히 보지는 못하지만

엄청 안좋거나 엄청 좋은 것 정도는 구분할 수 있다.


내년 프로펙션은 3하우스 사자자리로

태양이 부각되는 해이다.

사실 프로펙션 로드만 보면 내 태양이 나쁘지 않아 괜찮다고 볼 수도 있는데

솔라리턴에서 화성과 3도 차이로 스퀘어 각을 맺고 있고

내가 지금 피르다르 수성, 화성이라는 점도 걸린다.

더 큰 문제는 화성이 솔라리턴 앵글에 있다는 것....


나에겐 화성이란 마치 흉악범같은 존재로서

폴하고 항성 프로키온까지 더해져

마치 연쇄살인마를 보는 느낌이 든다.

어쨌든 단점이 가득했던 작년과는 다르게

올해에는 좋은 점이 있다는 한줄기 희망이 있지만

그 희망도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안타깝고 슬픈 현실이다.


가끔씩

내 차트는 왜이리 안좋은 걸까?라는 생각을 한다.


뭐 어쩌겠어.

이렇게 태어났는데

이렇게 살아야지.

흑...



아무래도 주위에 운명학을 공부하는 친구가 있어서

나도 관심이 생겨

몇몇 술사들에게 내 생시로 운명을 점쳐보았다.


사주는 망가진 금수상관격이라

좋아지려다 말아먹은 사주란다.


사주 봐준 사람 말에 따르면

옛날 말로

굶지는 않고 살 팔자다

네?!

요즘은 굶는 사람들이 있나?

아니면

굶지 않는다는 것에 만족해야하나....?


예전에 점성술 봐준 사람 말에 따르면

만 29세즈음(토성리턴) 까지는 뭘 해도 안된다!!!

즈기요......

그럼 그때까지

손가락만 쪽쪽 빨고 있으라는 건가요...?


물론 내 인생도 잘 풀리는 때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참 머나먼 훗날..

과연 오기는 할까?


그냥 지금은 나의 시기가 아닌가보다하며

누가 돌을 던지면 조용히 맞고

누가 물을 뿌리면 샤워한다 생각하고

누가 욕을 하면 겸허하게 욕을 씹어주고

인생을 방관하며 살아야겠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다음 2019년도

참 걱정되는 운세이긴 하지만

최대한 즐겁게 보내봐야겠다.

To be continued.........




Made by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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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동성당 아침


요즘 새벽 6시에 운동을 하는데

생각보다 일찍 끝나 아침에 여유가 있었다.


문득 오랜만에 가고싶은 곳이 생각나

종각역으로 가지 않고 을지로3가역에서 내렸다.


이른 아침

출근을 하는 회사원들의 서두름 속에서

나는 여유로움을 느끼며 명동성당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주말이나 가끔 평일미사를 보러 갈 때는

관광객 + 미사를 보러 오는 사람들로 항상 북적이는 곳이다.


오전 8시 10분 명동성당에는

평소와 다르게

주위 상점이나 건물들 속에서

혼자 고요함을 지키고 있었다.


맑고 맑은 가을 하늘 아래

나 홀로 명동성당 앞에 서있는 기분이란....


내 목적지는 바로 명동성당 뒷편!

바로 촛불을 키고 성모 마리아께 기도를 드리는 곳이다.



예전부터 가끔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이곳에 와서 기도를 드렸었다.


사실 성모마리아님께 기도드리는 곳은 두 곳이다.

명동성당 입구에 하나

명동성당 뒤편에 하나

입구쪽은 사람들이 많이 다녀가고

관광객들도 들락날락 거리기에 좋아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은 곳에서 기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평일 밤이나 아침에 명동성당 뒤편에 있는 마리아님께 기도를 가끔 한다.



이른 아침이라고 생각했는데도

성모 마리아 상 옆 켜진 촛불은 꽤 있었다.


아침이 아닌 새벽부터 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만의 기도를 품은채 이곳에 온 듯하다.


나도 초 1개를 키고 취업과 건강을 위해 기도를 드렸다.


항상 기도를 할 때

내 기도를 꼭 이뤄주리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내가 보기에 좋은 일이 훗날엔 좋지 않게 발현이 될 수 있고

지금 불행한 일이 훗날 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말도 있지 않은가?


그저 내가 힘든 상황을 잘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날씨가 꽤 쌀쌀해졌다.

winter is coming

겨울이 오나보다.


따뜻한 이불 밖에 나가기가 힘들지만

가끔씩 일찍 이곳에 와서

종종 기도를 하며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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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 3인방


오랜만에 혼자 북한산에 가봤다.

산에 가볼때가 됐는데라고 생각만 했고

이런저런 핑계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단풍이 다지고 앙상한 나무만이 남아있는 북한산에 가게될까봐

이불 밖을 벗어나 북한산으로 향했다.



북한산을 올라가면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3명과 나란히 가게 되었다.

별 생각없이 올라가다 문득 저 3명에게 뒤쳐지기 싫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속도를 높여 앞으로 나아갔고

쉬고 싶었지만 꾹 참고 힘을 쥐어짜냈다.


열심히 올라가다가 도저히 남은 힘이 나오지 않길래

경쟁심을 잠시 내려놓고 중간에 결국 쉬었다.

근데!!!

그 3명도 같이 쉬는게 아닌가...

쉬는 장소도 아닌데..

그리고 힐끗 나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뭐지?

한번 해보자는 건가?ㅋㅋ

20대 중반을 대표해서 20대 초반과 등산 시합을 하기로 마음먹고 걸음을 옮겼다.

내가 다시 올라가자 그 3인방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자연의 적막함 속에 불타오르는 무언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1차전 시작....

내가 앞장서 가고 있었다.

내 앞을 막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길이 아닌 곳으로 추월해가며 잘가고 있었다.

그러나 역시 나이차이로 내 발걸음은 무거워졌고

3인방의 숨소리가 내 바로 뒤까지 느껴졌다.

'안돼! 이대로 포기할 순 없어!'

내 안의 숨은 힘을 이끌어 내며 허벅지를 불태웠지만

오랫동안 컴퓨터 앞에서 잠자고 있었던 허벅지는 이미 기절한지 오래....

기절한 허벅지를 손으로 열심히 달래며 한걸음 한걸음 떼었지만

20대 초반의 건강한 허벅지를 이길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추월당했고 나의 패배로 끝났다.


패배의 설움을 달래며 물을 한 켭 들이키고 좀 쉬다가 올라가다보니

조금 위쪽에 그 3인방이 쉬고 있던게 아닌가?!

그래... 너희도 힘들었지? 나만 힘든게 아니었어...

내게 쏟아지는 시선을 모른채

힘들지 않은 척 ㅎㅎ

시크하게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3인방을 지나갔다.



역시나!!!

그 3인방이 곧바로 뒤를 따라오는게 아닌가!!!


2차전 시작의 경종이 울리며

다시 산속은 소리없는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번에도 내가 먼저 앞장서가고 있었다.


시작은 좋았다.

허벅지에게 물이라는 에너지 드링크를 부어넣어서 그런지

허벅지 상태는 좋았다.

1차전의 설욕을 앙갚음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20대 초반과 중반은 내 생각보다 꽤 큰 차이가 있었다.


이젠 영혼이 반쯤 떠난 허벅지를 되살리기 위해

앞에 사람 많아 빠르게 갈 수 없을 때

조금씩 쉬며 체력을 보충했고

최단거리 전략을 쓰면서

부족한 피지컬을 전략을 쓰며 보충하려고 했었다.


허벅지는 초죽음 상태가 되었고

종아리마저 조금씩 쥐가 올듯 말듯하는게 느껴졌다.


'하 이게 내 마지막이구나'

2차전도 결말이 다가오는 걸 느꼈다.

나는 KO패를 당했고 3인방의 뒷모습을 씁쓸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1,2차전 모두 졌기에 깔끔하게 승부를 인정하고

느긋하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등산 시합에 신경쓰느라 몰랐지만

꽤 올라온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위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하며

폐쇄된 공간에서 눅눅한 공기로 오염된 마음이 정화되는 것을 느꼈다.


가을이라 그런지 백운대 정상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했다.

옆에는 낭떠러지라 다른 길로 추월할 수도 없었고

고생한 허벅지도 쉬는겸 쉬엄쉬엄 올라갔다.


오늘 날씨가 좋아 백운대 정상에서 한강에서 이어지는 바다까지 보였다.

그러나 너무 추웠다.

땀도 마르고 바람도 거세어 정상에 오래 있을 수는 없었다.


소심하게 인증샷을 찍고 정상에서 내려갔다.

내려가다보니 올라오면서 보지 못한 것들이 보였다.


바닥에 무수히 흩어진 낙엽들

나무를 감싸고 있는 이끼

나무 사이사이 존재감을 알리는 햇빛

졸졸졸 흘러내리는 물소리까지

산이 내뿜고 있는 숨이 느껴졌다.


시간도 많이 남았고 해서

내려가다 풍경을 보며 가만히 멍도 때려보고

풍경사진도 여러각도로 찍어보며 천천히 내려왔다.


겨울이 벌써 찾아온 정상과 다르게 밑쪽은 아직 가을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단풍나무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가 아직 겨울은 아니라고 말해주는 듯했다.


어릴 적 가을마다 단풍잎과 은행잎을 사전에 넣었던 생각이 나서

갑자기 혼자 잘 물들고 모양이 예쁜 잎을 찾기 시작했다.



단풍잎은 많기도 하고 단풍나무가 높게 자라지 않아

단풍잎을 수집하기는 좀 쉬웠지만

은행잎은 나무가 너무 높았고

떨어진 잎은 이미 거무스름해서

내 마음에 드는 잎을 찾기란 여간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나에게 채택된 잎파리들을 책 속에 고이 모셔놓고

집으로 왔다.


그래... 난 가방에 책을 넣고 등산을 했었다.

물도 0.7리터가 들어있었다.

혹시나 배고파지면 먹을 떡도 들어있었다.

그에 반해 그 3인방은 가방도 물도 없이 맨 몸이었다.

처음부터 내가 불리한 게임이었다.

내가 운동선수가 아닌 이상 건장한 20대 초반 남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정도까지 게임을 끌고 갈 수 있었던 것도 대단한 것이다.

라고 위안을 삼고 있다.ㅎㅎ


* * *


산을 올라가다보면 당연히 힘이 든다.

나보다 빨리 올라가는 사람도 있고

나보다 느려 내가 추월하는 사람도 있다.

힘이 너무 들면 적당히 올라왔으니 내려갈까?라는 생각도 들 수 있다.


누군가는 나처럼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며 열심히 올라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주위 사람 신경쓰지 않고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올라가는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며 올라가다보면 어느샌가 많이 올라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주위의 풍경은 보지 않고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간다.


너무 목표만을 향해서 가는 것도 좋지 않고

너무 느긋하게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떤 시기엔 열심히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또다른 시기엔 쉬엄쉬엄 자신만의 페이스대로 나아가는 게 올바른 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중간에 포기하고 내려가는 것은 싫다.

길을 다른 방향으로 돌릴지언정

중간에 내려가면

결코 정상에서의 행복을 느낄 순 없다.


아무리 힘이 들어도

한 발자국씩이라도 올라가자.


* * *


산을 올라가면 당연히 내려도 와야한다.

정상에 언제까지 있을 수는 없다.


나는 인생에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을 때

오늘과 같이 내려가는 길을 즐기며 내려가고 싶다.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며

가벼운 마음으로 내리막길을 즐기고 싶다.




To be continued.........




Made by 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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